지하철 계단에서 굴렀는데 한 달 이상 치료받은 썰 (With 찰과상 세균감염에 의한 발목 염증)
뿌에엥~
하아... 지금 이 글은 여전히 회복중인 단계에서 작성하는 중입니다. 저도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 찰과상 + 타박상인줄 알았죠. 사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건 초등조치가 제대로 안 되어서 일이 커진 경우입니다. 이래서 병원은 여러군데 가봐야 하는 것 같아요. 자자~ 그러면 사진으로 보면서 저도 제 다친 경험담을 공유함으로서 저와 비슷한, 혹은 같은 상황의 환자(?)께서 오랜 기간동안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2025년 5월 15일 사고 발생
여러분! 바로 말씀 드립니다. 절대로 비 오는 날 슬리퍼를 신고 지하철을 타지 마세요. 저도 이렇게 일이 벌어질 줄 몰랐습니다. 지금 위의 사진에 보이죠? 저 슬리퍼를 신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 가다가 그만! 부와아악~ 하고 미끄러져 버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제가 백팩 큰 걸 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굴러떨어지는 브레이크 역할을 했던 것! 그리고 굴러떨어질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기에 반 바퀴밖에 안 굴렀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났다고 생각해요.
반 바퀴 굴러떨어지면서 '아... 이거 까졌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신을 차리고 다리를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생각보다 심각한 타박상+찰과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욱씬거렸죠.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왜 슬리퍼를! 왜 반바지르을!!! 하는 후회가 말입니다. 아무튼 현실은 바꿀 수 없는 것! 이 상황을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병원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어머니께 상황 설명을 드렸습니다. 왜냐하면 하필 이 날 흰 옷을 입었거든요. 그리고 넘어진 장소가 빗물과 흙에 절여진 아주 드러운 흙탕물이 흥건한 비오는 날 지하철 계단! 반바퀴 굴렀으니 흰 옷이 온전할 리 없겠죠? 그래서 어머니를 급하게 호출한 것입니다. 갈아입을 옷을 병원으로 갔다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 추천하신 병원이 바로 한 정거장 지하철역에 있어서 그쪽으로 다녀왔습니다.
다녀왔던 병원은 정형외과입니다. X-Ray도 찍어봤는데 다행히 뼈는 이상 없었습니다. 다만 붓기가 좀 있었죠. 그도 그럴 수밖에 없죠? 병원에서는 그냥 찰과상 소독과 먹는 약 처방을 받은것이 전부였습니다. 사실 방문 전 그 병원 평점을 봤는데.. 상당히 낮았단 말이죠? 그래도 추천받았는데 설마 이 정도겠냐 싶었고 간건데 평점이 낮은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라는걸 또 한번 체험하게 됩니다. 아무튼 일단 갔으니까 약 먹으면 좋아지겠거니 싶었습니다. 집에 와서도 꾸준히 소독했습니다. 에탄올로 소독 후 빨간약으로 쳐발쳐발! 당연히 쓰라린 고통이 엄습했지만 이 또한 세균들이 죽어가는 고통이라는 생각으로 겸허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발을 보니 역시 부어있더라고요. 뭐 굴렀으니까 당연히 부었겠거니 싶었습니다. 가볍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부터 고난의 시작입니다.
생각보다 심했던 멍
다쳤을 당시에는 멍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고가 난 2~3일 쯤 뒤에 멍이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왜 그런 말이 있죠? 교통사고도 당일에는 정확히 진단이 안 된다는 말이요. 이게 교통사고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봅니다. 아무튼 멍이 생각보다 많이 생겼습니다. 안쪽에도 멍이 들었습니다. 나름 잘 굴러 넘어져서 찰과상 정도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 슬리퍼는 절대 비 오는 날 신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아시겠죠! 절대로 비 오는 날 지하철 탈 때 슬리퍼 신지 마시고 반드시 운동화 신으시기 바랍니다.
발가락과 발등에도 스멀스멀 멍이 올라옵니다.
발 날(?)쪽도 멍이 생겼습니다. 복숭아뼈 아래 부근이죠. 하아... 멍이 무슨 발 전체에 포진해 있어요.
그리고 상처 부위가 너무 후끈후끈 하더라고요. 병원에서도 얼음 찜질을 해주면 좋다고 해서 소독과 동시에 하루 30분씩 냉찜질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이건 어머니께서 주신것인데 멍에 효과적이라는 연고입니다. 벤트플라! 기억해 두시기 바래요.
멍과 붓기는 점차 심해져만 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붓기가 심해집니다. 멍도 엄청 진해지고요.
신발이 맞지 않을 정도로 부풀어 올랐습니다. 발목 사이즈도 비교 되시죠? 이제 발등도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심각한 제 발의 멍상태 입니다.
왼쪽이 정상 발, 오른쪽이 비정상 발입니다. 완전 심하죠? 저도 이때부터 뭔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병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재진찰을 받았습니다.
이번 병원에서는 초음파 검사도 병행했습니다. 다행히 실비가 된다고 하더군요. 초음파 비용은 약 5만원 정도였고요. 검사 결과는?! 인대가 끊어진건 아니지만 살짝 늘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리가 부은건 사이 사이에 염증이 생겨서 그랬던 것입니다. 다리가 울그락 불그락했던 이유가 다 염증 때문이었던 겁니다. 어쩐지... 잘때 후끈후끈 하더라니?! 아무튼 이제 염증이 생겼으니 집중적으로 염증 치료에 전념해야 합니다. 찰과상 치료와는 별개로요. 이때부터 엉덩이에 항생제 주사를 하루 한 방씩 맞았습니다. 겁나 아파요. 항생제 주사... 그리고 꾸준히 물리 치료도 받고요.
또한 난생 처음으로 반깁스라는걸 하게 되었습니다. 와 나도 드디어 이런걸 하게 되는구나 싶었죠. 순간 뭔가 안 해봤던 경험이라 살짝 신났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따꼼한 맛을 덜 본 저입니다. 이때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이것도 겨우 서막 수준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얼음팩 주머니 구매
좀 더 확실한 발목 냉찜질을 위해서 Aretix 얼음팩 주머니를 구매했습니다. 발목 전용으로 말입니다.
제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렇게 발을 넣어서 감싸주는 형태의 아이스팩입니다.
착용감이 좋은 냉찜질팩입니다. 사용 시간은 약 30분 정도이기에 오래 사용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요. 사실 아이스팩 권장 사용 시간은 약 20분 정도라는군요. 그에 맞춰서 설계가 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로 하루 두 번 정도 꾸준히 냉찜질을 해주었습니다.
위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필요하신분은 한번 방문하시어 구경해 보세요.
MRI까지 찍게 됨
이때가 거의 사고 발생한지 3주차 정도 되는 시점입니다. 다행히 멍은 다 빠졌습니다. 하지만 붓기와 염증은 굳건한 상태였어요. 반깁스를 해도 크게 효과가 없다고 느껴지는게 꽉 조일 수가 없었습니다. 정강이 부분도 염증이 있어서 아팠기 때문이죠.
정강이 부분의 살이 너무 탱탱 부었기에 지금 보시면 살이 극한으로 팽창되어 무슨 래핑을 한 것 처럼 광택이 좔좔 흐르고 있습니다. 꾸준히 항생제를 맞아도 호전되는 느낌이 잘 없어서 이번에 좀 더 큰 병원으로 재진찰을 받았습니다.
여기에서는 MRI를 찍어보자는군요. 역시 큰 병원 답습니다. 비용은 상관 없습니다. 저도 정확하게 현재 상태를 알고 싶었으니까요. 또한 실비가 있으니까 어차피 어느 정도는 (병원비를)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요. 병원 전용복장으로 갈아입고 MRI 촬영을 기다렸습니다.
이곳에서도 정형외과 카테고리로 진찰을 받았습니다. 다리에 염증이 생기는게 상당히 안 좋나봐요. 이건 지금까지 3개 병원의 공통 지적 포인트였습니다. 타박상이든, 찰과상이든 다친 부분의 피부가 핑크핑크하게 부으면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랍니다. 제가 딱 이 경우거든요. 그렇기에 X-Ray, 초음파, 결국 MRI까지 찍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미디어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저는 MRI 촬영이 그냥 동그란 통(?)에 들어가기만 하면 끝인 줄 알았어요. 근데 조영제라는 주사를 몸에 주입하고 촬영을 해야 더 정확하게 진단이 된다는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조영제는 몸 속 혈관에 주입하는 특수 약물로서 MRI 촬영 시 몸 곳곳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일종의 몸 속 네이게이션 약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더 선명하고 정확한 몸속 상태 촬영이 가능해요. 지금 위의 사진은 MRI 촬영이 끝나고 찍은 왼쪽 팔입니다. 요기에 조영제 주사를 맞았어요. 이놈의 미디어는 그냥 원형 통에서 검사받는 모습만 보여주니까 저 같은 사람도 당연히 검사는 저렇게 하겠거니~ 하고 오해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혹시 MRI 검사 처음 받으시는 분들은 조영제 주사도 같이 맞게 되니까 각오 단단히 해 두시라고 말씀 드립니다. 아프진 않아요.
오른쪽은 혈액 검사 자국이고요. 양 팔 혈관에 주사를 꽂게 될 줄이야?! 아무튼 MRI과 혈액 검사가 끝나고 의사선생님께 정확한 진단을 받았는데 다행히 뼈, 인대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이 최종 결과였습니다. 염증때문에 부은 것이며 통증 또한 염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꾸준히 항생제 주사를 맞았던건 올바른 처방이었습니다. 하지만 반깁스를 할 필요는 없었던거죠. 인대는 멀쩡했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괜찮아진 상태인건지도 몰라요. 따라서 이전 병원이 100% 오진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반깁스 덕분인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다음 번 진료 시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약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해서 링겔을 맞으며 염증을 치료해야 할 것 같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만약 진짜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으면 저는 인생 최초로 입원이라는걸 해보게 됩니다. 사실 입원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긴 한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주사가 싫거든요. 링겔을 계속해서 제 몸에 꽂고 있는건 좀 별로인 것 같고요. 새로 처방받은 약이 부디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꼭 호전되길 바라며 다음 진료를 대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은 재진료 전에 작성 중입니다. 내일이 재방문 Day 입니다.
그래도 낫긴 낫는구나
붓기는 아직 크게 바뀐건 없지만 일단 염증은 꽤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게 느껴집니다. 일단 울그락 불그락했던 발이 다시 조금씩 정상 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원래는 발목 부분도 걸을때마다 염증 때문에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찰과상 부위도 이제는 딱지가 거의 떨어진 상태입니다. 흉터는 조금 남겠지만 원래 여기도 누르면 아팠거든요? 지금은 눌러도 괜찮습니다. 정강이 부분의 통증만 좀 남아있는데 염증 부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서 일단은 안심입니다. 이 상태를 그대로 보고하면 과연 의사선생님은 그래도 입원해야 한다고 하실지, 일주일 더 지켜 보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큰 병원에서 두번째 진단 결과는?
다행히 입원까지는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소견을 주셨습니다. 이것만으로 얼마나 다행이던지~ 사실 입원도 한 번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아직 입사한지 1년도 안 되었기에 벌써부터 이렇게 병가를 내는건 더더욱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아무튼 입원까진 이뤄지지 않아서 참 다행입니다. 문제는 붓기입니다. 물어봤어요. 이 붓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해 말입니다.
"빠르면 한 달, 좀 오래 가면 3달까지 갈 것 같습니다."
...쉬에트...붓기가 빨리 회복되는건 아닌 모양입니다. 하긴 지금 염증 하나만으로 거의 한 달을 고생 중인데 붓기는 더 하면 더 했지, 빠르게 호전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캬하~ 지하철 계단 자빠짐의 결과가 이렇게나 오래 갈 줄은 전 진짜 몰랐습니다. 그냥 훌훌 털고 금방 나을 줄 알았어요. 이게 진짜 제대로 세균에 노출되어 오래 지속되는건지, 아니면 저도 이제 나잇살이라는게 적용되어서 원래 2주만에 싹 다 회복할걸 가지고 지금 체력 고갈로 질질 끌고 있는건 아닌지... 아무튼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왠 밤이냐고요? 지금 추가글을 밤에 작성 중이거든요.
염증은 이제 거의 회복했습니다. 지금부터는 붓기와의 싸움입니다. 그러면 이 본문은 큼지막한 몸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추가로 업데이트를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분은 저처럼 어딘가에서 넘어져서 다치신 분이시라면 부디 빠르게 완쾌하기를 강력히 빌고 또 빕니다. 그리고 병원은 왠만하면 동네 병원말고 큰 병원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돈 아끼지 마세요. 본인 몸뚱아리를 위한 돈 마저 아끼면 이건 진짜... 답이 없어요. 그러니 본인 건강에는 아낌없이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
그리고 꼭 드리고 싶은 당부 말씀! 찰과상이 좀 심하다 싶으면 정형외과를 무조건 가셔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진짜 진짜 중요한 것! 항생제 주사 무조건 놔달라고 하세요. 또한 항생제 약 처방도 무조건 받으세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경우는 초등조치가 잘 못 이루어져서 이 지경이 된 것 같습니다. 첫 병원에서 제대로 된 항생 처방을 받았더라면 아마 크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땐 단순 찰과상처럼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더러운 환경에서 피를 봤다면 무조건 세균 감염을 염두해야 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항생제를 놔달라고 하세요. 만약 의사가 그 정도는 아니니 걱정 말라고 한다면 이 글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꼭 이렇게 한 말씀 올리세요.
"만약 지금 제대로 된 항생 처방을 안 해 주셔서 저도 이 글쓴이처럼 다리에 염증이 차올라 아프게 되면 이건 100% 의료 과실이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어요!"
... 하고 말입니다. 저 진짜 고생 많이 했거든요. 여러분들은 부디 제 꼴 나지 않았으면 해서 그럽니다. 꼭 항생제 주사 맞으세요. 초기 세균을 깡그리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고생하지 않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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